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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정채봉님과 무진기행의 김승옥작가를 만날 수 있는 순천문학관•─삶이 머문 여행/전라도(全羅道) 2013. 7. 19. 18:05
시인 이기철 교수님과 함께 하는 문학기행......
두 번째는 순천문학관이다.
소소한 걸음으로 순천박물관을 향하는 도중에 장마비를 만난다.
이 비가 전혀 싫지 않다. 갈대잎위로 두둑두둑 떨어지는 소리를 벗삼아 걸어보는 순천문학관 길은 힐링이다.
순천문학관은
순천을 대표하는 아동문학 부흥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동화작가인 고 정채봉 작가와
순천만을 배경으로 무진기행을 쓴 소설가 김승옥작가의 생애와 문학 사상을 기리기 위해 건립했다.
자연이 숨쉬는 순천만
그 사이로 삐죽삐죽 새어나오는 갈대들의 바스락......정겹다.
이 아름다운 풍경에 동화되지 않을
사람들이 어디있을까?
그래서 아름다운 작품들과 문인들이 많이 배출되었던 순천 그리고 벌교인것 같다.
갈대열차가 막 도착한다.
이 갈대열차는 순천만에서 출발하여 순천문학관까지 운행을 한다고 한다.
생명이 살아 숨쉬는
생명의 땅,
온전한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순천만에 정원형 초가지붕의 순천문학관을 건립했다.
부지면적 8,223㎡에 건물면적 462.67㎡초가 9동으로
김승옥관, 정채봉관, 다목적관, 관람객이 쉬어가는 공간으로 쉼터와 추설당을 갖추고 있다.
동심을 닮은 정채봉작가
그 미소도 아름답다......동심이 세상을 구원한다. 아주 멋진 말이다.
-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꽃다발' 로 등단했다.
- 일단 문학관안으로 들어간다.
그를 만나러......
정채봉(1946년~2001년)작가는
1946년 전남 승주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다.
바다, 학교, 나무, 꽃 등 그의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공간적 배경이 바로 그의 고향이다.
그와 여동생을 낳고 어머니는 스무 살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버렸다.
아버지 또한 일본으로 이주하여 거의 소식을 끊다시피해서
할머니가 정채봉 남매를 키우게 됐다.
이러한 사실은 작가가 결혼 후 첫 아들을 얻고서야 아버지를 받아들였을 만큼 마음의 큰 상처로 남았다.
소년 시절, 채봉은 늘 혼자였다.
내성적이고 심약한 성격으로 학교나 동네에서도 맘에 맞는 한 두 명의 친구가 있었을 뿐 또래 집단에 끼이지 못하고
혼자 우두커니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많았다.
어린 정채봉은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무와 풀, 새, 바다와 이야기하고
스스로 전설의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하는 '생각이 많은 아이'였던 것이다.
우리는 그의 작품 '초승달과 밤배'의 주인공 '난나'에서 소년 정채봉의 모습을 다시 발견하곤 한다.그러나, 이른바 '결손 가정'에서
성장한 소년의 외로움은 오히려 그를 동심의 꿈과 행복, 평화를 노래하는 동화작가로 만들었다.
"유년기의 외로웠던 환경이
오히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하였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대신 자연을 관찰하고 벗할 수 있어서 정서적으로 부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내가 쓰는 글의 많은 부분을 어린 시절 기억의 조각에 빚지고 있는 거죠."(글인용; http://chaebong.isamtoh.com)
정채봉 님의 그 선량하고
투명한 정서는 고향과 할머니의 사랑으로 빚어졌을 것 같다.
남도의 정답고 끈끈한 언어와 인정이 그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의 눈매 깊숙이는 외로움의 그늘이 서려 있다. 이런 그의 모습은 그의 글 곳곳에 아침이슬처럼 영롱하게 맺혀 있다.
이따금 내 곁에서 자신의 속의 말을 내비칠 때,
그가 내 가까운 살붙이처럼 가슴이 찡하면서 안쓰럽게 여겨질 때가 있다.
법정스님......
'기억에 없는 어머니와의
첫 만남이 유골로 이루어지게 되어 눈물을 좀 흘렸습니다.
저의 나이 든 모습이 스무 살의 어머니로서 가슴 아파하실까 봐 머리에 검정 물을 들이기도 하였습니다….'
샘터사의 편집장이었던
정채봉작가와 법정스님의 인연은 참 특별나다.
마음이 통한 사이.....
그래서 같이 갈 수 있는 인연이었다.
"스님, 파랑새가 날아가고 있어요....
모든 게 보여요.
햇빛도 보이고, 스님도 보여요. 마루 위에 잠이 들어 누워 있는 길손이도 보여요."
"이 어린아이는 곧 하늘의 모습이다.
티끌 하나 만큼도 더 얹히지 않았고 덜하지도 않았다....꽃이 피면 꽃아이가 되어....
바람이 불면
바람아이가 되어 바람과 숨을 나누었다.
이 아이는 이제 부처님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그렇고 마음이 그러하며, 동심이 또한 그렇지 않습니까?
문학인의 사명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보이게 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가 남긴 말이 귀전을 맴돈다.
그렇게 정채봉문학관을 빠져나왔다.
김승옥작가는
1941년 12월 23일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셨다.
현재 만 71세시며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 '생명연습' 으로 등단했다.
바람은 무수히 작은 입자(粒子)로 되어 있고
그 입자들은 할 수 있는 한, 욕심껏 수면제를 품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생각되었다.
그 바람 속에는, 신선한 햇볕과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갗을 스쳐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低溫),
그리고 지금 버스가 달리고 있는 길을 에워싸며 버스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산줄기의 저편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소금기,
그런 것들이 이상스레 한데 어울리면서 녹아 있었다.
햇볕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海風)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지상(地上)에 있는 모든 약방의 진열장 안에 있는 어떠한 약보다도
가장 상쾌한 약이 될 것이고
그리고 나는 이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제약회사의 전무님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조용히 잠들고 싶어하고 조용히 잠든다는 것은 상쾌한 일이기 때문이다……
무진기행중에서......
소설가 김승옥이 만든 영화 '감자'다
많은 영화를 제작하셨다고 한다. <안개>, <감자>, <장군의 수염>, <영자의 전성시대>등이 있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안개"에서 한국영화의 산증인인 신성일, 윤정희의 풋풋한 젊은날을 만날 수 있다.
비가 내린 문학관 가는 길.....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바람이 분다.
그 바람 속에는, 신선한 햇볕과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갗을 스쳐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
돌아오는 내내 그 두 분의 작품들이 머리를 떠나질 않는다.
부서지는 뜨거운 햇살조각들이
너무 반갑게 다가오는 오후의 순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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