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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평화시장의 닭똥집골목을 소개합니다.•─특별한 식당/대구식당들 2011. 11. 30. 09:00
"여기 양념반, 튀김 반이요!"
80년대 중반쯤부터 알게 된
대구평화시장 닭똥집골목에서 손님들이 주로 외치는 소리이다.
대구에는 참으로 특별한 음식이 많다.
그래서 대구 10味라고 부른다.
지난번 대구의 10味가 정해졌는데...아쉽게도 평화시장의 닭똥집골목은 제외가 되었다.
닭똥집이라고 불리는 부위는
정확하게는
닭모래주머니라고 해야 옳다. 즉 항문(ㅎㅎ)이 아니고 위(胃)라고 생각하면된다.
모래주머니에는 닭이 모이를 먹으면서 같이 삼킨 모래들을 잘게 부수는 기능이라고 하면 쉽게 이해될것이다.
대구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은 1972년부터 40여년을 이어온 맛집골목이라 할수 있다.
주머니가 사정이 가벼운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정치얘기도 하면서
소주를 기울이던 장소가 평화시장이었다.
요즘에도 젊은 세대가 많이 유입되고 있으며 향수를 즐기려는 기성세대도 많이 찾고 있다.
평화시장을 찾아가는 길은 의외로 쉽다.
동대구역에서는 택시를 타도 기본요금밖에 나오질 않는다. 걸어서도 10분이면 충분하다.
나역시 참으로 오랫만..8년만에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에 들어선다.
많은 친구들의 이름들...
또렷히 생각나는 밤이다. 이 골목에는 닭똥집만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30여개가 넘게 자리하고 있다.
맛은 대개가 비슷하다.
맛을 찾으러 온게 아니라 옛추억을 찾아온 날이었다.
내가 자주 가는 식당은 원조은행나무통닭이다.
물론 다른 식당들보다 맛이 좋거나 특별나진 않다. 어릴적(?) 늘 다니던 식당이라 찾게 된다.
이번에는 주인이 바뀌신것 같다.
여하튼 평화시장내에는 삼아통닭, 짱구닭똥집, 제일통닭, 신암통닭, 포항통닭, 진미통닭.....등
○○통닭이란 상호를 걸고 있는 식당들은
기성세대가 향수를 생각하고 닭똥집의 첫맛을 볼려는 사람들이 찾는것 같다.
그와는 반대로 만남의광장, 똥집나이트, 고인돌, 달감치킨, 타이타닉, 똥집본부, 아로마하우스,아가씨와 건달들....등
세련된 상호에는 젊은 세대가 많은 편이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퓨전식 닭똥집을 맛볼수 있으니 많이들 간다.
조금은 허접하고 허름한 분위기의 은행나무통닭이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세련된 느낌이다...아주 행복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만원의 행복..두사람이 와서 똥집하나와 소주 한병..나눠 마시면 딱이다.
이렇게 소박한 술값이 있으려나(ㅎㅎ)
가격은 예전에 비하면 만만하지 않다.
메뉴의 종류도
엄청 늘어났다..여하튼 오늘은 양념,튀김반반으로 하고 찜닭을 하나 주문한다.
합이 30.000원이다.
예나 지금이나 주머니에 부담이 되지 않긴 마찬가지이다.
나오는 메뉴는 어느 집이든 비슷하다.
예전에
어느 식당에서는 계란찜도 내어준것 같은데...이것도 모두가 경쟁이니....
여하튼 대충 이렇게 나온다.
튀김반,양념반이 나왔다.
후라이드,양념반반...이렇게 이해하면 될것 같다.
닭모래주머니에는 지방이 없고 단백질이 많으며, 비타민B와 철분이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한점 드셔보세요!"
닭똥집은 무엇보다
쫄깃쫄깃한 맛이 최고이다.생으로 먹는 것보다 살짝 튀긴 맛이 고소하다.
닭똥집과 함께 튀겨져 나오는 고구마튀김이다.
맛있다고 했더니...
이만큼이나 튀겨주신다. 다 먹지 못할것 같은데...찜닭이 나오기전에 벌써 배가 부른것 같다.
식사전이라 찜닭이 맛있게 보인다. 공기밥을 추가해서 비벼먹으면 맛이 끝내준다.
닭고기도 신선하다.
닭똥집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한 메뉴로도 좋다.
닭다리 하나는 거뜬히 뜯어주고...이런 음식을 즐기진 않는다.
하지만 가끔
먹어주면..기분이 UP되는것 같다.
오랜만에...아주 오랜만에 평화시장을 찾았다.
많이 바뀐 모습이지만..
우리의 젊음..그리고 나의 젊음이 거기에 있었다. 닭똥집하나로도 웃으며 행복할 수 있었던 시간들..
그 시간들이 그리워지는 밤이었다.
살아가면서 많은것을 누리고 가지려고 발버둥을 친다.
하지만 아주 어린날에는 닭똥집하나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만족하며 살아가야겠다.....
오늘도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에선 젊은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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