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수상집/버리고떠나기
법정 수상집
버리고떠나기
▷ 저자; 샘터사편집부지음
▷ 출판사; 샘터사| 1993. 0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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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처를 강원도의 한 두메산골 오두막으로 옮겨 왔다.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고 싶어서 묵은 둥지에서 떠나온 것이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문 두드리는 사람이 없어 지낼 만하다. 내 오두막의 둘레는 요즘 하얀 눈이 자가 넘게 쌓여 있고,
청냉한 공기 속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처마끝에 달아 놓은 풍경이
이따끔 지나가는 바람과 더불어 이야기하는 소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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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순수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이 진실임을 터득하였다.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며,,자유롭고 홀가분하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음을 뜻한다.
살만큼 살다가 이 세상을 하직할 때,
할 수 있다면 이런 오두막에서 이 다음 생으로 옮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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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은 인간의 상상력을 흥분시키는
알 수 없는 힘을 자기고 있다.
친밀하지만 무한하고, 어두우면서도 밝고, 가깝지만 달려가기에는 너무 멀리 있다...'
별밤을 가까이 하라. 한낮에 닮아지고 상처받은 우리들의 심성을 별밤은 부드러운 눈짓으로 다스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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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모습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그러므로 차지하고 채우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침체되고 묵은 과거의 늪에 갇히는 것이나 다름이 없고,
차지하고 채웠다가도 한 생각 돌이켜 미련없이 선뜻 버리고
비우는 것은 새로운 삶으로 열리는 통로다.
만약 나뭇가지에 묵은 잎에 달린 채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않고 있다면
계절이 와도 새잎은 돋아나지 못할 것이다.
새잎에 돋아나지 못하면 그 나무는 이미 성장이 중단되었더나 머지않아 시들어 버릴 병든 나무일 것이다.
소마무 향나무 대나무와 같은 상록수도
눈여겨 살펴보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묵은 잎을 떨구고 새잎을 펼쳐낸다.
늘 푸르게 보이는 것은 그 교체가 낙엽수처럼 일시적이 아니고 점진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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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어느 날 갑자기 법정스님이 그립다.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법정스님의 수상집 '버리고 떠나기'를 꺼집어내어 다시 읽기 시작했다.
요즘 나를 괴롭히는 모든 문제들!
조금은 풀리는 듯 했다.
언제나 초연해 질 수 없는 죽음,
그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었는데...다시 한 번 해답을 얻은 듯 그렇게 무릎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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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마치 소유물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소멸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한때일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새롭게 발견되는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2015.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