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요!! °♡。/노루귀 일상

법정수상집/버리고떠나기

노루귀사랑 2015. 12. 30. 11:56

 

 

법정 수상집

버리고떠나기

▷ 저자; 샘터사편집부지음

▷ 출판사; 샘터사| 1993. 01. 23

 

거처를 강원도의 한 두메산골 오두막으로 옮겨 왔다.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고 싶어서 묵은 둥지에서 떠나온 것이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문 두드리는 사람이 없어 지낼 만하다. 내 오두막의 둘레는 요즘 하얀 눈이 자가 넘게 쌓여 있고,

청냉한 공기 속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처마끝에 달아 놓은 풍경이

이따끔 지나가는 바람과 더불어 이야기하는 소리뿐이다.

 

 

봄은 순수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이 진실임을 터득하였다.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며,,자유롭고 홀가분하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음을 뜻한다.

살만큼 살다가 이 세상을 하직할 때,

할 수 있다면 이런 오두막에서 이 다음 생으로 옮아가고 싶다.

 

'밤하늘은 인간의 상상력을 흥분시키는

알 수 없는 힘을 자기고 있다.

친밀하지만 무한하고, 어두우면서도 밝고, 가깝지만 달려가기에는 너무 멀리 있다...'

별밤을 가까이 하라. 한낮에 닮아지고 상처받은 우리들의 심성을 별밤은 부드러운 눈짓으로 다스려 줄 것이다.

 


■■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모습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그러므로 차지하고 채우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침체되고 묵은 과거의 늪에 갇히는 것이나 다름이 없고,

차지하고 채웠다가도 한 생각 돌이켜 미련없이 선뜻 버리고

비우는 것은 새로운 삶으로 열리는 통로다.

 

만약 나뭇가지에 묵은 잎에 달린 채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않고 있다면

계절이 와도 새잎은 돋아나지 못할 것이다.

새잎에 돋아나지 못하면 그 나무는 이미 성장이 중단되었더나 머지않아 시들어 버릴 병든 나무일 것이다.

소마무 향나무 대나무와 같은 상록수도

눈여겨 살펴보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묵은 잎을 떨구고 새잎을 펼쳐낸다.

늘 푸르게 보이는 것은 그 교체가 낙엽수처럼 일시적이 아니고 점진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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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어느 날 갑자기 법정스님이 그립다.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법정스님의 수상집 '버리고 떠나기'를 꺼집어내어 다시 읽기 시작했다.

요즘 나를 괴롭히는 모든 문제들!

조금은 풀리는 듯 했다.

언제나 초연해 질 수 없는 죽음,

그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었는데...다시 한 번 해답을 얻은 듯 그렇게 무릎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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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마치 소유물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소멸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한때일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새롭게 발견되는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一期一會

"모든 것이 한번의 기회, 한 번의 만남"

2015.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