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한 송이를 본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4월의 봄날, 이 산하의 구석구석에 피어나 일렁이는 꽃물결을 본다. 누구 하나 돌봐주지 않지만, 저 혼자 소리없이 피어나 초록평화를 선물하는 저들의 강한 생명력은 외세의 침략과 시련에도 굳건히 견뎌온 이 땅의 무지렁이 백성을 닮았다. 웰빙의 시대를 맞아 백성의 풀, 야생초를 배우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2일 오전 수성구 연호동의 야생초 화원 초우(草友). 작은 강의실에서 10여명의 학생들이 진지하게 수업에 몰두하고 있다. 1년 일정의 이 강좌는 야생초를 배우고 싶은 이들이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단순히 야생초가 좋아서, 야생화를 키우지만 이론적으로 부족함을 느껴서, 혹은 은퇴 후 야생화 농원을 준비하는 젊은 직장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강사로 나선 모규석 선생은 오랜 교육자 생활을 은퇴하고, 이곳에서 무료로 야생초를 전파하고 있다. 단순히 꽃을 가꾸는 기능적인 것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야생초가 지닌 삶의 철학 등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최근 들어 이처럼 대구지역에서 야생초를 배우려는 이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웰빙의 바람과 함께 야생초가 생명의 근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치료와 정서적 안정, 취미생활 등 다양한 목적으로 야생초를 찾고있다. 10여년 전 대구지역에 처음 야생초 모임이 조직된 후 최근에는 70~80개에 이르는 그룹 모임으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야생초에 대한 정보교환, 답사여행을 비롯해 회원작품전 등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야생초를 만날 수 있는 생활 속 공간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대구수목원을 비롯해 남구대덕문화전당, 대구MBC, 현풍중·고교 등 기업체와 학교들이 건물 내에 야생초 정원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야생초화원 초우 노종대 대표는 "선진국일수록 야생초에 대한 관심이 높은 추세다. 웰빙의 바람을 타고 한국에서도 야생초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자생 야생초는 2천500여종(산림청 발표)에 이른다. 이땅에서 자라는 모든 초본류를 일컫는 야생초는 백성의 벗이요, 고향의 숨결이다. 한때 '야생화'라는 표현이 폭넓게 쓰였지만, 최근들어 보다 정확한 표현인 '야생초'로 대체되는 추세다. 야생초 강좌를 수강한 주부 윤선영씨는 "잠시 피고지는 관상용 꽃보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야생초에 관심이 가서 강좌를 듣게 됐다"며, "야생초를 키우는 과정은 곧 인생을 관조하게 되는 것"이라며, "작은 싹이 돋아나 꽃을 피우는 과정에서 생명의 경이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