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장터
잃어버린 것도 없는데 왠지 허전하고 울적한 기분에는 혼자만의 여행이 제 격이다.
벚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봄은 아니지만 언제나 섬진강변의 드라이브는 참으로 즐거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섬진강변에서 재첩국을 먹어 본 사람이라면 중독된 그 시원함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입(口)은 주인의 허락도 묻지 않고 저 만치 혼자 들어간다.
하지만 나는 재첩회를 좋아한다.하기야 지금은 냉동이지만 그래도 그 맛은 환상이다.
얼릉 한 접시를 비우고 남도길을 보고 싶은 마음에 나서는데
주인보다 성격 급한 마음이란 놈이 창을 넘어 저 멀리까지 한 달음에 뛰어간다.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이어주는 화개장터에는 섬진강이 장터 앞을 흘러다닌다.
현재에 있는 화개장터는 새로 조성하여 예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전해 준다.
마치 슈퍼에 온 느낌처럼 기분이 다시 울적해 지려 한다.^^*
예전에 몇 번 찾았을때보다 더 상업화와 획일화가 된 듯 하다.
하지만 화개장터는 지리산여행지에서 잠깐 쉬어가는
간이역과 같은 존재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 듯 하다.
조선시대에서는 5대장일 만큼 큰 장터인것만은 틀림이 없다.
여기에서 판매되는 약초들은
모두가 한 거래처에서 납품을 받고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직접 재배하고 채취한 촌로와 약초꾼을 기대한다면
다른 장을 찾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화개장터의 가운데 있는 쉼터이다.
이 화개장터는 사실 김동리선생의 소설인 역마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백민"에 1947년에 발표된 단편 소설이며, 역마살을 통한 한국인의 운명관을 그린 작품이다.
어쩌면 운명이란 굴레에서 허물어지는것이 아니라 순응하면서
인간의 구원에 이른다는 김 동리선생의 문학관을 볼 수 있다.
역마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주막을 운영하는 옥화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역마살을 없앨 목적으로 쌍계사에서 생활하게하고
장날만 내려와서 장터에서 책을 팔게 한다.
어느 날 체장수 영감이 딸 계연을 데리고 와 주막에 맡기고 장삿길을 떠난다.
옥화는 계연을 성기와 결혼시켜려 둘 사이를 가깝게 지내게 한다.
어느 날 우연히 계연에게서 사마귀를 발견하고 계연이 자신의 이복동생인것을 알게 된다.
가약을 맺을 수 없기에 체장수 영감은 계연을 데리고 고향으로 떠나고, 성기는 중병을 앓게 되었다가
병이 낫자 역마살을 따라 엿판을 꾸려 집을 떠난다는 내용이 주 된 줄거리이다.
장터에서 경상도 할매의 무둑뚝한 손길에 붙잡힌다.
추워서 들어가련다는 말에 시래기와 밤을 사게 되었다.
행복한 흥정이었다.
찾아가는길 경부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전주IC->남원방향(국도17호선)->구례->화개장터
남해고속도로 하동IC->하동읍->쌍계사방향->화개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