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먹으러 가끔 들리는 대구중구의 만리장성
대구의 첫 중국요리집은 종로2가에 자리했던 군방각이다.
1920년대초 종로일대는 동인동,향촌동,북성로와는 달리 한.중.일인이 모두 살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대구화교들이 많이 살았던 동네이다.
이 곳에는 모서방이라 불리던 모문금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화교들 사이에서도 대부격으로 통하는 사람이었다.
건축설계가로도 유명하다.
그가 세운 중국집이 군방각인것이다.
만리장성을 소개하려다보니 대구중국요리역사까지 더듬게 되었다.(ㅎㅎ)
각설(却說)하고...
만리장성은 대구에서도 꽤나 유명하다.
나의 젊은 날에도 만리장성은 맛있는 짬뽕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밀가루음식을 가급적 먹지 않는 편인데 오늘만큼은 얼큰하고 시원한 만리장성의 짬뽕이 유독 당기는 날이다.
만.리.장.성(萬里長城)
대구광역시 중구 대봉1동 55-39번지(053*424-1169)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일반 음식점과는 격이 달라보인다..고급스럽지만 부담되지 않는 실내인테리어이다.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음식값은 그렇게 비싸진 않다...ㅎ
먼저 만두가 나온다.
사실 이런 만두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주문을 했다.
맛있는 음식..역시 개개인마다 틀린다.
하나를 먹고는 이내 포기를 하지만
아이는 맛있다면 연신 웃음꽃을 피우며 열심히 먹는다.
짜장면이 나왔다.
가끔은 간짜장보다는 그냥 짜장면이 좋다.
어쩌면 이 한그릇의 짜장면에도 추억이 있고 그리움이 있기때문은 아닐까?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짜장면보다 검은 밤이 또 올지라도 짜장면을 배달하고 가버린 소년처럼 밤비 오는 골목길을 돌아서 가야겠다.
짜장면을 먹으며 나누어 갖던 우리들의 사랑은 밤비에 젖고
젖은 담벼락에 바람처럼 기대어
사람들의 빈 가슴도 밤비에 젖는다..
내 한 개 소독저로 부러질지라도 비 젖어 꺼진 등불 흔들리는 이 세상
슬픔을 섞어서 침묵보다 맛있는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정호승님/짜장면을 먹으며)
요즘 전국적으로 짬뽕열풍이다.
짬뽕천국..
대구도 마찬가지...각종 짬뽕들이 미식가의 입맛을 유혹한다.
굴짬뽕,송이해물짬뽕,불짬뽕,왕해물수제비짬뽕,송이사천탕면,낙지짬뽕,백짬뽕,홍합짬뽕등등...그 종류도 많다.
각자 맛있는 짬뽕이라면 선전도 대단하다.
하지만
언제나 변함없는 짬뽕이라면...
난 주저하지 않고 만리장성의 짬뽕을 손에 꼽는다.
물론 추억일지도 모른다.
삼선짬뽕이다.
국물이 깨끗하고 시원하다. 깔끔한 뒷맛이 여운을 남기는 맛이다.
만리장성에서 눈여겨 볼 요리가 있다. 불도장(佛跳墻)이다.
불도장은 오리,돼지,양, 닭고기,버섯,돼지위,돼지족발,상어지느러미등 20가지 이상의 재료를
중국 술인 소흥주에 꽉 채우고
약한 불로 오래도록 고아서 만든 중국 광동성지방의 최고급요리이다.
한자뜻은 대충이렇다. 스님이 장벽을 뛰어넘는다
즉 참선을 하던 스님이 불도장의 뚜껑을 열자 그 오묘한 냄새에 이끌려 담을 넣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자리가 될수 있는 요리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후식이 나오고....
난 지난 시간의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한 만남을 가져본다.
또 언제 갈런지...
만리장성은 언제나 그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