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마직막날에 팔공산을 오르다.
먹먹한 공간을 채워주는 것은 비단 나무와 구름뿐만이 아니다.
내린 비가
여백의 마지막부분을 채운다.
주말과 어제내린 비로 팔공산 수태골의 계곡을 가르는 폭포소리가 우렁차다.
추석연휴가 끝나는 오늘...팔공산을 오른다.
이제 만만함도 아니고...
익숨함으로 다가오는 팔공산...오늘도 느릿한 걸음으로 자연과 동화되어 3시간 45분의 산행을 끝냈다.
자주 이용하는 수태골코스이다.
처음부터 이 곳에 있었던 이 길은 나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 오던 나에게....자주 오는 나에게...한결같은 마음으로 반긴다.표정 변화없이 늘 그렇게 맞이한다.
이젠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수태골..
이 길은 내 삶의 반듯한 길잡이가 되고 있다.
흰 이슬이 맺히고 가을 기운이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다는 백로가 지난 지도 며칠이 되었다.
팔공산은 이미 가을의 문턱을 넘고 있다.
며칠 내린 비로 인해
여름인듯...착각하게 만들지만 어느새 가을이다.
물가의 물봉선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신비로운 자태로 오가는 걸음을 멈추게 한다.
영롱한 이슬빛이 더욱 아름다운 물봉선....
가는 시간이
더욱 야속하게 느껴지겠지?
너의 꽃말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처럼 그냥 바라만 보며 처연히 지난다.
가을빛이 성큼 다가왔다.
재빠른 구절초가 머리를 내미는 팔공산은 이미 가을준비를 마친것 같았다.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즐기는 산행이 참 좋다.
습도가 높아
땀이 많이 나고 옷이 달라 붙는 불편함은 있지만..그래도 산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 같다.
▲ 팔공산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은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 20호이다.
고려시대의 작품이다.
많이 설명한 관계로 오늘은 이만..
운무사이로 파란하늘빛.. 팔공산 비로봉의 하늘은 청명하게 열리기 시작한다.
숨겨 둔 가을빛의 서막을 알리듯..그렇게 열린다.
하늘언저리의 푸른 빛
하나하나 세어볼 수 있게 열린 세상..참으로 감사하다.
내 삶과 닮아있어 아름다운 가을...그렇게 팔공산의 가을은 시작된다.
침묵해도
전할 수 있는 그 빛...
그 빛의 흐름이 하루종일 나를 따라다닌다.
여름의 막바지 포효도 이제는 시원하게 느껴지는 날씨...내게도 팔공산에게도 가을은 여름을 밀어낸다.
동봉(1,167m)이다.
행복하다.
오를 수 있음이 행복이고 걸을 수 있음이 건강이다.
어두운 구름이 걷히고 맑아지는 하늘...그래서 산이 좋고 인생이 좋다.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오늘...
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또 그렇게 살아갈것이다..최선을 다하는 삶..그것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