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머문 여행/전라도(全羅道)

목포에 눈 구경갔다가 죽을뻔한 사연

노루귀사랑 2011. 1. 19. 20:49

 

완도가 보고 싶었다.

무작정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는터라 준비도 없이 승용차에 몸을 맡긴다.

중부내륙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그리고 순천에서 2번국도를 타고 목포방면을 향한다.

강진병영성을 뒤로 하고

 완도를 향하여 가던 중 겨울눈을 만난다.

올해는 유난이 눈이 많다란 생각을 하면서 완도의 깊고 아름다운 해변..그리고 청해진일대를 주름잡던 장보고를 떠올리며

즐거운 마음으로 향한 걸음을 다시 돌릴수 밖에 없었다.

 

예상밖의 폭설에 마음이 당황을 한다.

강진의 소금강을 즐기지도 못하고 얼른 유턴을 하여 목포로 향한다.

내리던 눈들이 모두가 빙판이 되었다.

정말 미끄럽다.

연이어 일어나는 사고로 차는 꼼짝을 하지 않는다.

 

목포의 북항을 가려고 했지만 도저히 갈 수가 없다. 오후 7시쯤 목포에 도착했으나 앞으로 북항까지는 7km가 남았다.

너무 멀다...자신이 없다.

얼른 숙소를 정하고 운전을 포기한다.

내일아침에 눈이 녹기를 기다리며 마음을 이불안에 집어넣는다.

 

아침에도 눈이 내린다.

공교롭게도 서해안일대에 폭설이다.

이제 빠져나가는것이 급선무가 되어 버렸다. 여행이고 눈구경이고 이제는 무시된다.

목포시청에 전화를 했더니 어느정도 제설이 되었다고 한다.

2번국도는 제설이 되지 않았을 것 같아 도로공사에 문의를 했더니 제설중이란다.

그래!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한 다음

무안-광주고속도로를 타면 눈에서 해방될 수 있을것 같다.

 

 

목포시내의 제설이 어느 정도되긴 했지만 도로는 빙판길이다.

브레이크에 발을 얹으면 차가 15도이상 돌아간다....정말 살이 떨린다.

목포는 언제나 환상을 안겨 준 도시인데

오늘만큼은

정말 빠져나가고 싶다.

 

 

 

 

 

 

 

 

 

 

 

목포시내를 빠져나와 서해안고속도로에 겨우 올린다.

정말 체인을 준비하지 않고 이렇게 겁없이 운전한 것이 언제였던가?

고속도로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앞에서는 차들이 연신 충돌을 한다.

대형트럭은 360도 휙 돌아서 종이장처럼 구부러지고 겨우 빠져나오는 운전자...정말 생지옥이다.

덜컥 겁이 난다.

차를 세우고 싶지만 그럴수가 없다.

온통 빙판이라 제동이 되지 않는다. 저속으로 천천히 달린다.

 

 

어느구간에 가니 눈이 덜 내린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다. 그것도 잠깐...또 다시 폭설이 내린다.

내리면서 얼어버리니 도저히 운전불가...하지만 이 구간을 빠져 나가고 싶었다.

앞질러가는 구급차 그리고 견인차..경찰차마저 미끄러진다.(괜히 왔어..내가 미쳤지..죽을려고 환장했나봐)

 

평소에 이렇게 열심히 기도했다면 하나님이 나를 얼마나 어여삐 보셨을까?

계속되는 사고..그 사이를 용케 빠져나온다.

무안-광주방면으로 들어서자

얼지 않은 고속도로가 나를 반긴다..정말 살았단 마음이 들었다.

 

날리는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목포에 눈 보러 왔으니 이제 즐겨야지.(ㅎㅎㅎ) 사람마음이 이렇게 간사한 것일까?

 

 

들리는 보도..서해안고속도로에 폭설과 사고로 인해 중앙분리대를 제거하고 목포방면으로 회차를 시킨다고 한다.

나 어떻게 살아왔을까?

대구에서 이렇게 운전하다 큰 사고가 있었는데

그 날이후로 처음 느껴보았던 공포...정말 눈 구경하기 싫다.

무사히 돌아올 수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