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늙은 절집 완주 화암사(花巖寺)
화암사(花巖寺) 소재지; 전북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1078번지
불명산 시루봉 남쪽에 있는 절로 신라 진성여왕 3년(694년)에 일교국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원효와 의상이 유학하고 돌아와 수도한 절집이기도 하고
설총도 한때 이곳에서 수학하였다.
특히나 안도현시인이 잘늙은 절 화암사라는 수필에서 소개하여 더욱 알려지게 되었다.
우화루와 대웅전이 화암사를 대표한다.
화암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둘러본다.절집은 보이지 않고 이정표 하나가 나를 안내한다.
이정표를 따라가다보니 산을 한참이나 오른다.
불명산의 아주 깊숙한 자리에 화암사를 숨겨두었다.
그래서 안도현시인님이 그리 존재를 밝히기 싫다고 했던 것인가?
절을 두고 잘 늙었다고 함부로 입을 놀려도 혼나지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나라의 절 치고 사실 잘 늙지 않은 절이 없으니
무슨 수로 절을 형용하겠는가.
심지어 잘 늙지 않으면 절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심사도 무의식 한쪽에 풍경처럼 매달려 있는 까닭에 어쩔 수가 없다.
잘 늙었다는 것은 비바람 속에서도 비뚤어지지 않고 꼿꼿하다는 뜻이며,
그 스스로 역사이거나 문화의 일부로서 지금도 당당하게 늙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화암사가 그러하다.
어지간한 지도에는 그 존재를 드러내고 밝히기를 꺼리는,
그래서 나 혼자 가끔씩 펼쳐보고 싶은, 작지만 소중한 책 같은 절이다.
십여 년 전쯤에 우연히 누군가 내게 귓속말로 일러주었다.
화암사 한번 가보라고, 숨어 있는 절이라고,
가보면 틀림없이 반하게 될 것이라고. (글;안도현님의 잘 늙은 절 화암사중에서)
화암사가는길에는 속세에 대한 배려인지 산속과 절집을 이어주는 철계단이 있다.
계단의 수가 많다.
147개의 계단으로 기억한다.
▲ 화암사우화루(보물 제662호)
우화(雨花)...꽃비^^*
이름이 참 예쁘다.우화루 아래에는 돌로 막아서 들어갈수가 없다.통상적으로 누각아래로 지나게되는데
여기 화암사는 왼쪽으로 돌아가야 한다.
앞에서 보면 이층의 구조이지만 안에서 보면 단층으로 보인다.
서원건축에서 많이 나타나는 양식이다.
▲ 화암사극락전(보물 제663호)
1981년 해체·수리 때 발견한 기록에 따르면, 조선 선조 38년(1605)에 세운 것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단 하나뿐인 하앙식(下昻式) 구조이다.
하앙식 구조란 바깥에서 처마 무게를 받치는 부재를 하나 더 설치하여 지렛대의 원리로
일반 구조보다 처마를 훨씬 길게 내밀 수 있게 한 구조이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근세까지도 많이 볼 수 있는 구조이다.(자료;문화재청)
적묵당은 고풍스러움이 어느 양반가의 아낙이 매일 걸레질을 하고 있는 안채같은 느낌을 준다.
절집이 일반 서민들이 사는 집과 비슷한 느낌을 안겨준다.
화암사 내사랑
안 도 현
인간세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쫓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구름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안으로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가는 불명산 능선 한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쫓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찾아가는길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추부IC->대둔산국립공원(17번국도)->경천면->화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