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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단풍(가을사랑)

노루귀사랑 2008. 10. 29. 20:39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읍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읍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가을사랑/도종환)